IT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Gartner)는 블록체인이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를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의 보고서에서 가트너는 “블록체인 기술은 간과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술 발전 및 구현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나아가 경제, 기업,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 기업 포레스터(Forrester)도 “블록체인의 잠재력은 부인할 수 없다”며 “적절하게 실행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사업 모델 및 신뢰 모델을 등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포레스터는 “블록체인이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있긴 하지만 인터넷도 한때는 초기 단계를 거쳤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블록체인 또는 분산 원장 기술은 인터넷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밝힌 뒤 “지금의 인터넷보다 훨씬 더 큰 파열과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록체인은 사회에 가치를 창조하고 거래하는 데 있어 유례없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로써 인터넷의 진화에 세대적 전환을 일으킬 것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치가 폭등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은 쏟아지지만 기업 및 IT 리더들조차 블록체인이 정확히 무엇을 제공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블록체인은 ‘안전한 분산 원장(secure distributed ledger)’이라고 묘사된다. 여기서 ‘안전(secure)’하다는 건 암호화 됐다는 뜻이며, 블록체인 원장에 한 번 기록되면 거래가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 없다는 의미다. 블록체인이 ‘분산(distributed)’돼 있다는 건 데이터가 네트워크의 일부분인 수백 수천 개 노드에 퍼져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분산된 성질은 중앙 집중형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보다 한 번에 수천 개의 시스템을 해킹해야 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이유에서 보안성을 추가로 높인다. ‘원장(ledger)’은 거래 내역을 시간별로 기록한다는 뜻에서 붙은 설명이다. 거래 내역은 블록으로 함께 묶이고, 체인을 형성하면서 서로 연결된다. 그래서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이다.
블록체인의 적용은 금융 거래 처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러 기업과 업체들은 이 밖의 다른 용도로도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거나 시도하고 있다. 본 글은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는 10가지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1. 음식의 유통 경로 추적
영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프로비넌스(Provenance)는 블록체인 기술을 아주 흥미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음식의 유통 경로에 대해 점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소매업자와 식당들은 원래 계약했던 대로 재료가 들어오는 것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프로비넌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트래킹(tracking) 기술과 결합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재료가 추수된 데서부터 최종 소비자가 구입하는 지점까지 전체 유통 경로를 꼼꼼하게 추적한다.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변경 불가한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추가된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명확하게 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참치가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포획된 것인지, 농부들이 코코넛 가격을 적절하게 보상 받았는지, 슈퍼마켓 진열대 위의 상품들이 진짜 유기농이 맞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옷감의 원산지를 추적하거나 예술품과 다이아몬드 같은 귀중품의 경로를 추적하는 데도 이 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
2. 소프트웨어 개발에 보안 더하기
방산업체들에게 사이버 보안은 중대한 걱정거리다. 미국 연방정부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특히나 더 심각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공격자가 소프트웨어를 겨냥한 무기에 멀웨어를 삽입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역량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과 블록체인 전문업체 가드타임 페더럴(Guardtime Federal)은 블록체인 기반의 트래킹 시스템을 공동 작업하기로 했다. 이 계약을 통해 록히드 마틴은 미국 정부에 제공하는 코드 보안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두 업체는 이 시스템을 통해 현재 개발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를 추적할 수 있고, 개발 생명주기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면서 코드 문제 발견 시 절차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3. 디지털 콘텐츠 관리
인터넷의 등장은 영화, 음악, 책, 게임 등 오락 콘텐츠의 배급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자의 관점에서 이런 변화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웹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만든 아티스트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고 불법 복제된 콘텐츠를 매우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시대의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해 설립된 아스크라이브(Ascribe) 같은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툴로, 디지털 미디어 소비에 대한 저작권, 권한, 결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안전한 분산 원장 시스템은 콘텐츠 원저자를 증명하는 걸 더 쉽게 해주고 해당 콘텐츠에 누가 접근했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4. 의료 기록 추적
현재 블록체인으로 의료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독체인(DokChain) 같은 프로젝트들이 나와 있다. 개발자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전자 의료 기록과 기타 유형의 의학적 데이터들을 추적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블록체인은 개인이 평생 동안 진료 받은 모든 의료 내역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데이터는 암호화로 보호되지만 개인이 희망할 경우 다른 사람의 접근을 허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익명화된 데이터는 연구원들에게 좋은 자료가 돼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환자 개개인은 자신의 의사와 병원과 약국이 자신의 병력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검토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연구원들은 새로운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환자 기록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인류 전체로 봤을 때 더 나은 치료법이 나타날 기회도 더 커진 것이다.
5. 대출 승인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누구나 그 과정이 얼마나 길고 고문에 가까운지 알고 있을 것이다.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급여 명세서, 소득 신고서, 은행 잔고 증명서, 각종 영수증과 함께 당시 어떤 은행 직원이 처리했는지 등에 대한 서류 뭉치를 빠짐없이 모아야만 한다.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은 사람들에게 금융 데이터를 안전한 분산 원장에 저장할 것인지, 그래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해당 원장을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이는 대출 승인 절차의 속도를 엄청나게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익명의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 금융 기관 입장에서 어떤 대출을 승인해야 할지도 더 잘 결정할 수 있다.
6. 보험금 청구
보험업에서 사기는 큰 문제다.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으로 사기성 결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안전한 분산 원장으로 고객의 상호 작용을 추적함으로써, 보험업자들은 동일 사건의 이중결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여러 기업이 하나의 사건에 얽혀들어 복잡해진 보험대위 문제를 효율적으로 푸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IBM은 백서를 통해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이 보험회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7. 감사 추적
로펌이나 회계법인 같은 회사들은 2인 이상의 당사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 데이터, 문건 등을 변경할 수 없이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이런 데이터 교환을 감사 추적(audit trail)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암호화되거나 되지 않은, 혹은 해싱한 PDF 문건은 누가 몇 시에 문건을 추가했는지 보여주는 메타데이터와 함께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될 수 있다. 이 같은 기록 관리는 추후 변경이 불가한 기록이 필요한 상황, 예컨대 재판과 같은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8. 투표
전자 투표가 종이 투표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전자 투표 시스템의 보안과 투표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블록체인에 투표 기록을 저장한다면 전자 투표 절차의 진위와 신뢰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치인 선거에 적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이사진 선거 같은 투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아직까지 사법당국이 블록체인 기반 투표를 도입하진 않았으나 스타트업 보템(Votem)의 경우, 블록체인 원장에 투표 기록을 저장함으로써 모바일 기기로도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상황이다.
9.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 적용에 있어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이더리움(Ethereum, 암호화폐 이름이기도 하다)은 가장 유명한 스마트 계약 플랫폼일 것이다. 스마트 계약은 특정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은행이나 기탁 기관, 신용카드 발행업체 등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계약 당사자에게 자동으로 돈을 보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공급업자와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 계약을 맺었다고 해보자. 이때 공급업자가 보낸 물건이 기업의 창고에 도착하면(사물인터넷 센서로 감지될 수 있다), 공급업자는 결제 금액을 자동으로 받게 된다.
10.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것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역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이 제일 유명하지만 이더리움이나 라이트코인(Litecoin) 등 다른 종류도 많이 있다.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화폐를 통해 은행을 거치지 않고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거래 내역은 즉시 보존된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급속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일부 투자사들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 중 하나로 비트코인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출처 : https://www.boannews.com/media/view.asp?idx=65690&page=2&kin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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