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태어난 95세 라오 핑루씨는 평범한 할아버지입니다.
중국의 항일 전쟁, 공산정권 수립, 문화 대혁명 같은 일들을 겪으며 
정말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할아버지가 꼽는 일생일대의 사건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 메이탕과 만난 일입니다. 
26세 때 결혼하여 이후 2008년 아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은 무려 60년의 세월을 함께했습니다. 

그 60년이란 시간 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고,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할머니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만은
그 긴 시간 동안 한결같았습니다.

항일전쟁 당시 국민당 군인이었던 할아버지는 
공산정권 수립 후 노동 개조를 받느라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되었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떨어져 산 22년간 서로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 나누었답니다.

22년이 지나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드디어 함께 살 수 있게 되었구나 기뻐하던 순간도 잠시
할머니는 그만 병에 걸려버립니다.

평생 고생만 한 아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 투석을 해야 살 수 있는 아내,
치매로 점점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하는 아내로 되어버렸습니다.
핑루 할아버지는 그런 아내가 가엽고 안쓰럽기만 합니다.
할아버지는 모든 일을 관두고 할머니 옆에 있기로 하였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조심스레 투석을 해주고 
할머니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은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사 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말한 
치파오(중국 전통의상)를 꼭 장만해주려고 
백방으로 알아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할아버지는 아내와 함께한 순간을 빠짐없이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사진으로 찍은 듯이 함께했던 평생을 그렸습니다.
이 애절한 그리움은 결국 18권에 이르는 화첩이 되었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13억 중국인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자신이 보는 것을 아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지금도 어디를 가더라도 꼭 아내의 반지를 가지고 다니는 남자, 
바로 핑루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군 입대 시절, 아버지로부터 편지 한 장을 받았습니다. 
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정혼하라고 쓰여있었죠. 
먼 곳에서 보니 한 스물은 되었으려나 싶은 어여쁜 아가씨가 
얼굴을 거울에 비추며 연지를 바르고 있었어요. 
그게 제가 처음 본 당신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냥 서로 손에 반지 하나를 끼워준 채 우리는 부부가 되었지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달프고 비가 새고 바람이 불어도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에 유머를 가지고 운치 있게 살았습니다.
그 시절의 세세한 이야기는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죠. 

그때 우리가 그토록 오래 헤어져 살게 될 줄 알았을까요. 
시국이 불안하게 요동치던 그 시절,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건 1년에 딱 한 번뿐이었어요.
나 대신 어머님과 다섯 아이를 건사하며
힘들 때면 도움 청할 곳이 없어 하늘에 대고 빌고 빈 
당신께 진 빚을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어요. 

당신 덕분에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어요. 
어른이 되었고, 독립해 가정을 이루었죠. 
그리고 손자 손녀가 하나둘 태어났어요.
저는 매일 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당신은 침대에 누워 손녀에게 노래를 불러주었죠. 
가난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나이 일흔하나 당신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몸이 아픈 것도 모자라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지요. 
그 찰나의 순간, 오랜 세월 떨어져 있을 때도 
느끼지 못한 외로움이 밀려들었어요. 

내 나이 여든일곱, 당신은 내 곁에서 영원히 떠났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기에 
우리에게 마지막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하늘은 어찌하여 이렇게 빨리 당신을 데려갔을까요. 

내 나이 아흔,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에게 들었던 어렸을 적 당신의 모습, 당신과의 첫 데이트, 
함께 맛있게 먹었던 음식, 우리 가족이 즐겁게 보낸 명절...
당신과 함께했던 기억나는 모든 순간을
그림과 글로 하나하나 기록했어요. 

내 나이 아흔다섯, 이제 그 그림은 18권의 화첩이 되었고 
당신과 나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나이가 돼서야 알았어요. 바다는 깊지 않다는 것을요.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바다보다 깊다는 것을 말입니다."

–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중에서 –

'----- 이모저모--- > 유쾌&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늘 속에 해시계  (0) 2016.11.07
60년의 세월을 함께했습니다  (0) 2016.11.04
나비레터 -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글씨  (0) 2016.09.14
역시 공부는  (0) 2016.08.13
우와 삼겹살이...  (0) 2016.07.22
3일동안 핸드폰없이...  (0) 2016.07.14
Posted by 대소니

댓글을 달아 주세요